천안 키스방 !!

천안 키스방은 어느새 학생들 사이에서 '제2의 학생회실'로 통하더군요. 숭향고 개울 건너편 골목에선 오후 5시만 되면 교복 입은 청소년들이 북적이는데, 알고 보면 대부분 동아리 친구들이에요. 한 업주 아줌마는 "요즘 애들은 커플보다 단체 예약이 더 많다"며 신기해하시더라구요. 실제로 가 보니 6인실에서 피자 박스 쌓아놓고 수다 떨며 모둠 과제하는 고등학생들도 있고, 대학로 쪽에선 알바 끝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추억의 라면 끓여먹는 모습도 보였어요.

독특한 건 '스페이스 믹스'라는 신개념 업태에요. 커피 머신 옆에 포토월을 설치해놓고, 30분 이용시 아인슈페너 1잔 서비스하는 곳이 있죠. 지난주엔 친구랑 갔더니 옆방에서 중년 남성 3명이 화투 치며 웃고 있길래 "여기 원래 노래방 아니에요?" 물어보니 "분위기 좋아서 매주 모임 장소로 쓴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천안역 뒤쪽 골목에선 박물관과 협업한 '역사 테마룸'도 생겼대요. 백제 유물 복제품을 전시해놓고 체험 활동을 하면 할인해주는 시스템이라네요.

천안 키스방은 밤 10시가 넘으면 분위기가 또 바뀌어요. 직장인들이 넥타이 풀어헤친 채 모여서 치맥 파티를 벌이는데, 유독 회식 문화 대체 공간으로 각광받는 듯했어요. 재미있는 건 이곳에서 파는 군계일학 토스트인데, 옆 술집보다 맛있다는 소문이 나서 단체 주문이 밀려든다더군요. 어느새 천안키스방 이 도시의 소셜 허브로 변해가는 게, 천안만의 느린 삶의 리듬과 어우러져 특별한 매력을 만들고 있죠.